[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창업가 출신' 印尼 교육부 장관의 개혁정책

입력 2021-09-01 17:45   수정 2021-09-02 10:19

지난 6월 말 ‘AI ED,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HTHT(High Touch High Tech) 2021 글로벌 콘퍼런스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 등 전 세계 100여 명의 교육전문가가 인공지능 시대 교육 패러다임에 대해 4일간 토론의 장을 펼쳤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나딤 마카림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 장관의 기조 발표였다. 마카림 장관의 이력은 특이하다. 미국 브라운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2010년 인도네시아 전역에 오토바이를 활용해 우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젝(Gojek)이라는 앱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 네이버 페이, 배달의 민족, 쿠팡 등을 합쳐 놓은 듯한 슈퍼 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그는 창업 9년 만에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일군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삶을 바꿔 놓은 그는 2019년 최연소 교육부 장관(35세)이 된 젊은 혁신가다. 마카림 장관은 학생들이 창의적·혁신적·도전적이길 바란다면 학교, 대학, 교수가 먼저 창의적·혁신적·도전적이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교육혁신 정책을 추진했다.

첫째, 학과와 코스가 대학 안에서만 묶여서 운영되던 방식을 비묶음(unbundled) 고등교육 체제로 바꿨다. 자국에 들어와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업, 연구소, 다국적 기구, 비정부 기구(NGO), 산업체 등 어떤 기관이라도 고퀄리티의 전문 지식과 기술이 있으면 미니 대학이 될 수 있게 했다. 첫 학기에 놀랍게도 자국에 지사를 두고 운영하는 160개의 세계적 기업들이 2만 개 인턴십 자리를 제공했다. 교수들도 산업체 기반 미니 캠퍼스에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며 인센티브를 받았다. 정부는 이 같은 기관에서의 프로젝트 기반 체험학습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참여 학생의 생활비와 지도 회사의 멘토 비용을 지원했다. “뭘 알고 있느냐”보다 아는 것을 기반으로 “뭘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기존의 대학 교육으로는 미래 준비가 불충분하기에 대학 교육과 현장을 접목하는 산학 협력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체와 대학을 연결하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에 산업체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올리고 대학에서는 그에 대한 해결책 제안을 올려 서로 쉽게 연결되게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강의와 시험 같은 전형적인 학습 모델에서 벗어나 팀 속에서 뭔가를 만들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등 현실 사회 속에서 경험 기반의 학습을 하게 된다.

둘째, 평가를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는 명제를 실행에 옮겼다. 인도네시아에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있는데 기존의 평가는 정보 흡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마카림 장관은 평가가 타당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치를 진단할 수 없어 발전이 불가능하다며 수십 년간 이어져온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평가하는 PISA 평가 방식으로 바꿨다.

셋째, 교원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국의 교장 및 장학관을 대상으로 한 9개월간의 프로그램이다. 주목할 점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인드 변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국의 모든 교장, 장학관, 관리자들이 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거치기를 원했고, 임기 말까지 전국 학교의 최소 20%는 교육 혁신을 기꺼이 추진하는 새로운 마인드의 교장이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최고의 설계란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것이라고 탄성을 지를 수 있는 설계다. 교육정책 설계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원한다고 쉬운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주고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교육이라고 졸업 후에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마카림 장관은 “교육에서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된다는 말이 가장 실망스럽다”며 “지금 시대의 교육에서 가장 큰 위험은 변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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